어벙씨 부부에게 아이가 태어났다. 손이 귀한 집안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어벙씨의 집안에선 대단한 경사였다. 세살이 가깝도록 말을 못하던 아이가
세번째 돌잔치에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할아버지!"

아이가 "할아버지"라고 하자마자 어벙씨의 부친이 세상을 하직했다.

네번째 돌잔치에선 아이가 "할머니!"라고 외치자 며칠 뒤 어벙씨의 모친이
세상을 하직하였다.

다섯번째 돌잔치가 돌아오자 온 가족들은 자신의 이름을 아이가 부를까봐
전전긍긍했다. 아이가 부르는 이름의 소유자가 틀림없이 세상을 하직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다섯번째 돌잔칫날이 돌아왔을 때 아이는 "아버지!" 하고
외쳤다.

어벙씨는 며칠 후의 죽음에 대비하여 주변을 정리하였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단히 기뻐하며 한편으론
대단히 궁금해 하는 어벙씨에게 이웃집에 사는 건달씨의 부고장이
배달되었다.